“채색옷은 벗겨지고” [요셉의 옷장] #채색옷 #노예복 #죄수복 #세마포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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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1 08:55
해외에서 온 묵상
(Fullerton 나들목비전교회 권도근 목사)
“채색옷은 벗겨지고”
이맘 때가 되면, 제가 사는 캘리포니아도 그리운 고국도 슬슬 계절의 변화를 느끼게 됩니다. 계절의 변화에 맞춰 변하는 풍경 중 하나는 옷장 속 풍경입니다. 옷걸이에 걸린 옷들이 달라지고, 바깥으로 꺼내놓는 옷들이 달라집니다. 그런데 문제는(특별히 여성분들껜) 항상 입을 옷은 없다는 겁니다.
요셉의 옷장에는 네벌의 옷들이 걸려 있습니다. 화려한 채색옷, 수치의 노예복, 억울한 죄수복, 영광의 세마포옷. 이 네벌의 옷은 요셉의 일생을 선명히 그려줍니다.
어린시절 요셉은 아버지 야곱의 편애 덕분에 다른 형들은 입지 못하던 채색옷을 항상 입고 다녔습니다. 채색옷은 단순한 명품옷이 아닙니다. 영어성경 번역을 잠깐 확인해보면, KJV은 채색옷을 우리와 같게 coat of many colours로, NIV는 richly ornamented robe(화려하게 장식된 예복), CSB는 long-sleeved garment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이런 옷은 고대 근동의 부족 마을에서는 대게 두 명만 입었는데, 그것은 바로 족장과 족장의 후계자였습니다. 그러니까 요셉의 채색옷은 11번째 아들인 요셉이 그 위로 열명의 형들을 다 제치고 공식적인 후계자가 되었다는 표시였습니다. 그러고보면 형들이 요셉을 질투하고 미워했던 것도 나름 이해가 됩니다.
게다가 성경은 이렇게 진술하고 있습니다. “요셉이 십칠세의 소년으로서 그의 형들과 함께 양을 칠 때에 그의 아버지의 아내들 빌하와 실바의 아들들과 더불어 함께 있었더니 그가 그들의 잘못을 아버지에게 말하더라.”(창 37:2)
이 장면을 머릿속으로 한번 그려보세요. 형들이 들판에서 양을 칠 때, 열일곱 살의 요셉도 거기 있었습니다. 채색옷을 입고 말입니다. 채색옷은 노동을 할 수 있는 옷이 아닙니다. 요셉은 명실공히 후계자답게 ‘관리인’으로서 그곳에 가 있던 겁니다. 그리고 자기 형들이 잘하나 못하나, 열심히 일을 하나 안하나 감독하고 있다가 형들의 잘못을(아마도 불성실함을) 아버지 야곱에게 일러바쳤던 겁니다. 열일곱 살의 요셉, 분명 인성에 문제가 있던 아이였습니다.
결국, 요셉의 형들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해서는 안될 일을 저지르고 맙니다. “요셉이 형들에게 이르매 그의 형들이 요셉의 옷 곧 그가 입은 채색옷을 벗기고 그를 잡아 구덩이에 던지니 그 구덩이는 빈 것이라 그 속에 물이 없었더라.”(창 37:23-24)
채색옷은 벗겨졌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형들이 벗긴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실은 하나님이 계셨습니다. 훗날 요셉은 그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고백합니다. “당신들이 나를 이 곳에 팔았다고 해서 근심하지 마소서 한탄하지 마소서 하나님이 생명을 구원하시려고 나를 당신들보다 먼저 보내셨나이다.”(창 45:4)
채색옷을 벗기신 하나님께서는 이제 요셉에게 ‘종의 옷’을 입히고, 그리고 ‘죄수의 옷’을 입히십니다. 종의 옷을 입고 요셉은 겸손을 배우게 되고, 죄수의 옷을 입고 요셉은 억울한 인생을 공감하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생이 믿고 의지할 것은 오직 하나님 한분 뿐임을 알게 됩니다.
요셉이 예수님을 예표하듯, 요셉의 옷장은 예수님의 옷장과도 참 닮아있습니다. 로마 병정들은 예수님을 희롱하기 위해 예수님께 왕의 옷인 홍포(scarlet robe)를 입히고, 희롱을 다 한 후에 홍포를 벗겼습니다. (참조: 마 27:26-31) 예수님의 채색옷이 벗겨졌을 때, 예수님은 우리의 연약함을 체휼(συμπαθεω; sympathize; 공감)하셨습니다. “우리에게 있는 대제사장은 우리 연약함을 체휼하지 아니하는 자가 아니요.”(히 4:15)
우리 인생에도 결코 원치 않지만 채색옷이 벗겨질 때가 있습니다. 나의 자랑스러운 옷, 성공의 옷,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조건을 성취한 우리 인생 옷장에서 내가 최고로 아끼던 그 채색옷이 찢겨지고 벗겨지는 날이 올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채색옷을 벗기시는 이유?
네! 그것은 우리가 사랑받는 존재에서 이제는 사랑하는 존재로, 섬김받는 자리에서 섬기는 자리로 나아가라는 하나님의 인생 레슨이 아니겠습니까?
하나님의 인생 레슨!
그 졸업식의 세러머니는 하나님께서 요셉의 죄수복을 벗기시고 세마포옷으로 갈아입히시는 것입니다. 채색옷과 세마포옷은 승리의 옷이요 영광의 옷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뚜렷히 다른 점이 있습니다.
첫째, 채색옷은 사람이 입혀주는 옷인 반면에, 세마포옷은 하나님께서 입혀주시는 옷이라는 것입니다. 둘째, 채색옷은 나 혼자만의 복을 위한 옷인 반면에, 세마포옷은 타인에게도 복이 되는 옷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입혀주시는 세마포옷을 입기 위해선 먼저 사람이 입혀주는 채색옷은 벗겨져야만 합니다. 사람이 입혔던 요셉의 채색옷은 벗겨졌고, 예수님의 홍포도 벗겨졌습니다. 우리의 채색옷도 벗겨져야 합니다. 당장에 그 과정은 분명 힘들고 아픕니다. 광장에서 발가벗겨지는 듯한 수치스러움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잠깐의 과정일 뿐입니다. 세마포옷으로 갈아입는 과정 말입니다.
요셉의 옷장!
사실 이것은 단순한 인생 역전의 이야기가 아닌, 엄청난 구속사의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은 이미 다 아시겠지만, 요셉의 옷장 이야기에는 사실 아주 오래된 프리퀄(Prequel)이 있습니다. 범죄한 첫 사람들은 나뭇잎으로 자신의 수치를 가리려 했지요.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들에게 나뭇잎 대신 가죽옷을 입히셨습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과 그의 아내를 위하여 가죽옷을 지어 입히시니라.”(창3:21) 가죽옷은 우리 구주 예수 그리스도, 그분의 의의 옷이었습니다. 그 가죽옷을 입은 성도는 결국 마지막 때에 최후 승리자의 옷 즉 빛나고 깨끗한 세마포 옷을 입고 그리스도와 더불어 세세토록 왕 노릇 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