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부조리함] [겸손] “위대한 사상은 비둘기 같은 걸음걸이로 이 세상에 온다.”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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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6 11:06
“위대한 사상은 비둘기 같은 걸음걸이로 이 세상에 온다.”
이 말은 뒤뚱거리는 불안한 걸음걸이로 온다는 것일까?
종종거리는 작은 걸음걸이로 온다는 것일까?
언제나 이론과 실제는 다르고,
이상과 현실은 다른 법이다.
모든 인간의 부인할 수 없는 실존이 바로 이 부조리에 있다.
그 엄청난 간극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기독교 신앙의 첫걸음이다.
c.s.루이스는 <순전한 기독교>에서
최선을 다해 6개월만이라도 선을 행해보라고 한다.
그리고 발견하게 되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파산상태'일 것이라 단언한다.
그렇다. 우리 모두는 모순덩어리다.
존재 자체가 모순으로 똘똘 뭉쳐져 있으니,
드러나는 삶이야 당연히 부조리 투성이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우리네 삶에서 가장 필요한 지혜는
"변명은 구차하고 사실은 명확하다."
는 명제를 붙드는 것 아닐까?
핑계로 성공한 사람은 김건모 밖에 없다는 농담처럼,
진실 앞에서 모든 변명은 그저 구차할 뿐이다.
우리는 받아들여야 한다.
어쩔 수 없는 부조리 투성이인 존재가
바로 나 자신이라는 진실을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후에야 비로소 우리는 타인의 삶에서 드러나는
모순과 부조리를 받아들 수 있게 된다.
너무 역겨워 말자. 지나치게 몸서리치지도, 밀어내지도 말자.
본질적으로 파산상태인 사람에게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부조리 투성이인 사람을 통해서도,
위대한 유산은 우리에게 찾아올 수 있음을 받아들이자.
천양희 시인도 그랬던 것 같다. 아니 분명, 그랬을 것이다.
그녀는 한때 <방문객>으로 유명한 정현종 시인의 아내였다.
정현종 시인은 한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라면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만남을 놀랍도록 아름답게 칭송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시인은
그 어마어마한 만남을 처참하게 짓밟았다.
결혼 5년 만에 다른 여자와 딴 살림을 차리곤
그녀의 아내를 잔혹하게 저버린 것이다. 쳇.
대체 새로운 만남이 얼마나 어마어마했길래...
그때 천양희 시인은 인간의 부조리를 제대로 목격했을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아름다운 시를 쓴다고,
그 영혼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자녀 교육 지침서인 ‘에밀’을 썼다고 해서,
자녀를 사랑했던 것은 아니다.
'행복론'을 쓴 사람이라고 해서 그가 행복했던 것은 아니다.
놀라운 업적을 이루고, 위대한 유산을 남기며,
사람들의 칭송을 받는다 할지라도
그것이 '그'의 그리고 '나'의 참 모습이
아닐 수 있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