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도] [동기] 길 위의 제자도. "진짜 눈 뜬 사람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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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27 17:22
길 위의 제자도
1. 마가복음은 굳이 R. T. 프란스(몇년 전 국내 한 신학교 교수가 이 분의 책을 표절한 적이...)의 해석을 들먹이지 않아도 3막으로 구성된 드라마입니다.
제 1막. 갈릴리
제 2막. 갈릴리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
제 3막. 예루살렘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은 말할 필요도 없이 우리 구주께서 걸어가신 십자가의 길입니다. 그 길 위의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 제자도입니다.
2. 그 길 위에서 예수님은 야고보, 요한에게 그리고 맹인 바디매오에게 똑같은 질문을 하십니다. "너희에게(네게) 무엇을 하여 주시기를 원하느냐?" (막10:36,51).
3-1. 그 질문에, 야고보와 요한은 기다렸다는 듯이 예수님의 영광 중에 자신들의 영광도 얹히길 구했습니다. 자신의 영광, 결국은 그것이 그 길 위에 서 있던 목적이었음이 폭로된 것이죠.
3-2. 똑같은 질문에, 바디매오는 "보기를 원하나이다." 답했습니다. 눈 못보는 맹인에게 보는 것 만큼 간절한 소원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그런데, 바디매오의 소원을 들으신 예수님은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느니라." 하십니다. 육체의 눈만이 아니라, 영혼의 눈을 뜨게 해주시겠다는 것이죠. 그래서 볼 수 있게 된 바디매오는 예수님을 "길에서 따르게" 됩니다.(막 10:52)
4. 같은 길 위에서 야고보와 요한 그리고 바디매오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야고보와 요한은 자기 소원 성취를 위해 그 길 위에 서 있었고, 바디매오는 소원 성취를 이미 이루었는데도 그 길 위에 서 있다는 것입니다.
5. 예수님은 눈을 뜬 바디매오에게 이미 '가라' 하셨습니다. 그러니 이제 가도 됩니다. 그런데 안갑니다. 눈을 뜨게 해 준 댓가로 따라오라 하신 것이 아닙니다. 제자도는 '자발적 따름'입니다. 제 길을 가도 되는데, 그 길 위에 굳이 서는 것. 십자가의 길을 예수님을 따라 걸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제자도입니다.
6. 그런데, 문제는 자신이 온전히 하나님의 영광만을 위해서 그 길 위에 서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글쎄요. 적어도 전 아님을 고백합니다. 선교사로 살았을 때도, 유학와 선교학을 공부했을 때도, 목회를 하고 설교단에 올라가 있을 때도 하나님의 영광. 물론 구했지만(간절히 구했지만), 솔직히 제 영광. 함께 구하지 않은 적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하나님의 영광 위해 그 길 위에 서 있는데, 제 영광은 하나도 안 챙겨주시면 하나님께 무지 서운할 것 같습니다.
7. 그래도 중요한 것은 이런 자도 눈을 뜨게 하셔 그 길 보게 하시고, 그 길 위에 서 있게 하시고, 좌로나 우로나 겁나게 치우는데도 그 길 위에 붙들어 매어 놓으셔서 오늘도 그 길 위를 걷고 있다는 것입니다. 야고보와 요한과 같이 욕망을 뿜어내면서도 말입니다.
8. 학자들은 마가는 눈 뜨고 그 은혜에 감격하여 예수님의 길을 따른 바디매오를 제자의 전형으로 드러내고 있다 합니다. 소원성취 이미 이루었는데도 그 댓가 때문에 그 길 위에 선 것도 아니고, 네 길을 가라 하셨는데도 굳이 그 길 위에 서서 십자가의 주님을 따르는 바디매오. 그가 진짜 눈 뜬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눈 좀 활짝 떴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