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소속] [자긍심] 하늘의 시민권 Citizen of heaven #복음에합당하게생활하라

[정체성] [소속] [자긍심] 하늘의 시민권 Citizen of heaven #복음에합당하게생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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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시민권 Citizen of heaven" (빌립보서 3장 17-21절)
1919년 9월 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파리위원부는 긴급한 전보 한 통을 받습니다. 발신인은 리첸코(Licenko)라는 사람이었습니다. 아무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었죠. 전보 내용은 이와 같습니다. “우리 임시정부의 상황을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러시아 북부의 임시정부와 러시아 북부에 있는 모든 세력 단체들. 우리는 지금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노동자들은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유 한국 만세, 한국 독립 만세. 만세! 만세!”
전보의 발신지는 무르만스크(Mirmansk)라는 러시아의 항구도시였습니다. 무르만스크는 한반도와 가까운 러시아 동쪽이 아닌, 광활한 러시아 대륙 저 서쪽 끝자락 그것도 가장 북쪽에 위치한 곳입니다. 그곳에 한국인 노동자 500명이 흘러들어갔습니다. 그들은 일제의 탄압으로 집과 삶의 터전을 잃고 만주로 떠났던 한국인들 중 일부였습니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광활하고 험난한 동토의 대륙를 끝에서부터 끝까지 횡단했던 것입니다. 인간은 참 대단하죠.
무르만스크의 한인 노동자 500여명은 당시 그곳을 점령했던 영국군 밑에서 철도를 까는 중노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러시아에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나자 영국군이 철수하게 됩니다. 그러자 한인 노동자들은 먹고 살길이 막막해졌습니다. 게다가 볼셰비키 공산 혁명군이 점점 무르만스크에 가까워지자 그들은 생계뿐만이 아닌, 생명의 위협마저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리첸코라는 외국인에게 부탁해 어슬픈 불어로 임시정부 파리위원부에 위와 같은 전보를 치게 된 것입니다.
전보를 확인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끈질긴 외교협상 끝에 철수하는 영국군함에 일단 한인 노동자 200명을 태워 구출하게 됩니다. (나머지 300여명은 안타깝게도 어떻게 됬는지 모른다고 하네요.) 200명의 무르만스크 한인 노동자들은 영국에 도착했지만, 당시만해도 영국과 동맹관계였던 일본의 압력으로 그들은 강제로 송환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그들은 일본국민이라는 논리였던 거죠. 하지만,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다시 영국과 프랑스 정부와의 끈질긴 협상 끝에 그 중 30여명을 프랑스로 데려옵니다. (나머지 170명은 일본에 의해 강제 귀환을 당하게 됩니다.)
프랑스에 온 30여명의 한인 노동자들은 파리 인근의 작은 마을인 ‘쉬프’란 곳에 터를 잡게 됩니다. 그런데 당시 쉬프는 1차 세계 대전 당시 독일이 치열한 전투 끝에 7차례나 점령했던 도시여서 폐허나 다름없었다고 합니다. 30여명의 한인 노동자들은 그곳에서 도시 재건 사업에 투입되어 전쟁으로 파괴된 철도를 복구하고, 수많은 시신을 수습하는 등 온갖 궂은 일을 담당하게 됩니다. 그들이 얼마나 헌신적으로 일을 했는지, 프랑스 정부는 그들에게 ‘노동헌신상’을 수여했을 정도였다 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당시 프랑스 쉬프 지역 체류 대장 서류에 그들은 자신들의 국적을 “꼬리안 coreen” 즉 대한민국인으로 적었다는 것입니다. 당시 대한민국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어 법적으로는 지구상엔 없는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결코 잃어버리지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그들은 그토록 말도 안통하는 폐허의 이국 땅에서 힘들게 노동하며 월급을 받으면 항상 1/4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보냈습니다. 어떻게서든 조국의 독립에 일조하고자 했던 것이죠. 그리고 그들은 유럽 최초의 한인단체인 재법한국민회를 결성해서 그곳에서 자신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세가지 원칙을 정합니다. “성실, 신용, 청결”. 그들은 자신들이 이곳에서 살면서, 대한민국인으로써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것입니다.
*이상, 참조: 최태성, 역사의 쓸모. PP.276~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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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이 귀한 시간, 역사 속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다소 긴 이 이야기를 여러분에게 들려드린 것은 단 한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오늘 바울사도가 들려주는 본문의 이야기가 정확히 위와 같은 <정체성>과 <자긍심>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바울사도는 빌립보 교인들에게 우리는 <하늘의 시민권자>임을 잊지 말라고 간곡하게 당부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는지라.”(빌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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