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치의영성] 유진 피터슨(Eugene H. Peterson)의 ‘영성’ 이해

[일치의영성] 유진 피터슨(Eugene H. Peterson)의 ‘영성’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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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피터슨(Eugene H. Peterson)의 ‘영성’ 이해

 
1.
한때 '영성'이란 단어가 무척이나 유행했었습니다. 지금은 조금 시들은 것 같지만, 여전히 영성이란 단어는 우리에게 다소 신비롭고 매력적인 느낌으로 들려옵니다.
 
'영성'이란 무엇일까요? 유진 피터슨에게 '영성'이란 한 마디로 '일치'를 의미합니다. "목적과 수단의 일치, 우리가 하는 일과 그 일을 하는 방식 사이의 일치"(현실, 하나님의 세계., p.575)말입니다.

 
2.
유진 피터슨은 제러드 멘리 홉킨스의 '물총새들이 불타는 것처럼'이란 시를 유난히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그가 자신의 설교집을 출간히면서 홉킨스의 이 시 제목을 자신의 설교집 제목으로 그대로 출간했을 정도니 말입니다. 유진 피터슨은 그의 책 ‘현실, 하나님의 세계’ 서문에서도 홉킨스의 같은 시를 인용하면서 그가 이해하는 ’영성‘을 설명합니다.
 
"물총새에 불이 붙고, 잠자리 날개가 빛과 하나 되듯,
우물 안으로 굴러든 돌이 울리고,
켜진 현들이 저마다 말하고, 흔들리는 종이
자신의 소리를 널리 퍼뜨리듯,
모든 피조물은 한 가지 같은 일을 한다.
각자 내면에 거주하는 제 존재를 밖으로 내보낸다."
(제라드 맨리 홉킨스, 물총새에 불이 붙듯. 제 1연 중)
 
위 시(詩)안의 이미지들은 물총새, 잠자리, 우물에 굴러 들어가는 돌맹이, 퉁겨진 줄, 소리나는 종입니다. 연결될 것 같지 않는 이 이미지들의 공통점은 모두가 다 그 존재와 그 존재가 하는 일 사이의 '일치'를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물총새는 그 고유의 빠른 날개짓 때문에 햇살의 불타는 빛깔을 내고, 잠자리의 날개는 투명하기 때문에 빛과 하나가 되고, 구르는 굴과 켜진 현들과 흔들리는 종은 각기 틀림없이 제 소리를 내는 법이죠.

 
3.
유진 피터슨은 항상 이러한 '일치의 영성'을 어떤 이미지들에 담아 독자들에게 들려주길 아니 보여주길 원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유난히 이러한 내면에 거주하는 존재와 그 존재의 드러남에 있어 그 빛깔과 소리의 공명에 '불일치'가 일어나곤 하는 존재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인간입니다.
그 불일치를 일치로 승화시키는 평생의 노력을 유진 피터슨은 '영성'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4.
한편, 유진 피터슨은 그의 설교집 '물총새에 불이 붙듯(As Kingfishers Catch Fire: A Conversation on the Ways of God Formed by the Words of God)'에서 “그리스도인의 삶은 그리스도인다움에 일치하고자 하는 평생의 노력” 이라 겅조합니다.
네, 바로 '일치'입니다. 내면의 존재와 그 존재가 바깥으로 표출하는 '살아냄'의 일치말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일치의 영성'은 우리 인간에게는 결코 자연스러운 것이 못됩니다. 유진 피터슨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 그러나 물총새와 구르는 돌맹이와 소리나는 종 등은 아무 노력 없이 하는 일을, 우리 인간은 성장해야만 할 수 있다. 즉 우리는 참된 자신으로 형성되어 가야 하며, 우리 삶의 수단들이 우리 삶의 목적과 일치해 가는 그런 성숙의 과정을 가져야 한다."(현실, 하나님의 세계., p.576)

 
5.
다행(?)인 것은, 유진 피터슨은 이러한 '일치'는 우리 인간이 애써 성취해 낼 수 있는 모습은 결코 아닐 것이라 말합니다. 물총새, 잠자리, 퉁겨진 줄이 생물학적으로 물리학적으로 저절로 하고 있는 일을 인간인 우리가 하려면 우리에겐 '은총'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유진 피터슨은 그의 책 ‘현실, 하나님의 세계’의 마지막 문장 역시 홉킨스의 같은 시를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마침내 우리는 보게 될 것이다. ...
그리스도가 모든 곳에서, 아름다운 사지(四肢)에서
그의 눈이 아닌 아름다운 눈에서
사람들의 얼굴 표정 통하여
아버지 뜻에 맞춰 놀이하시는 것을 말이다."
(제라드 맨리 홉킨스, 물총새에 불이 붙듯. 제 2연 중)
 
마침내 우리는 스스로 이루게 될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가 이루시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우리 얼굴 표정을 통해, 우리의 사지(四肢)와 우리의 눈을 통해, 우리의 모든 곳에서 아버지 뜻에 맞춰 놀이하시는 그리스도를 보게 될 것입니다. 네, 절대적 은총입니다.
 
영성이란 일치의 길이며, 그 길은 내 안에 사시고 행동하시는 그리스도-그분의 생명, 그로부터 흘러나오는 은총으로만 걸을 수 있음을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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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살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닙니다.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서 살고 계십니다." (갈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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