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링 카게, 남극으로 걸어간 산책자
남극으로 걸어간 산책자 (엘링 카게)
@Walking on step at a time
노르웨이의 탐험가 엘링 카게(Erling Kagge)는 “걷기의 본질은 느림이다.”고 정의한다. 속도를 높이면 시간은 빠르게 사라지고, 우리의 삶은 그 속도만큼 줄어든다. 자동차로 스쳐 가는 풍경은 희미한 덩어리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걸을 때 세상은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시간을 천천히 경험하는 방법이며, 세상을 더 깊이 바라보는 방식이다.
걷는다는 것은 삶의 속도를 조절하는 행위이다. 급하게 지나쳐버리는 대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순간을 온전히 느끼며 살아갈 때, 우리의 삶은 더욱 풍성해진다.
세계적인 심장외과 의사 마그디 야쿠브는 수천 개의 심장을 연구한 끝에 단 한 마디를 남겼다고 한다. “매일 산책하세요.” 이는 2,400년 전 히포크라테스의 “인간에게 최고의 약은 걷기다.”라는 가르침과 다르지 않다.
한편, 인간의 걷기와 사고는 맞물려 있다. 소크라테스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아테네를 돌아다녔고, 아인슈타인은 좌절을 느낄 때마다 프린스턴을 둘러싼 숲속으로 도망쳤으며, 스티븐 잡스는 아이디어를 확장하고 싶을 때 동료들과 함께 실리콘벨리를 산책하곤 했다. 핸리 데이빗 소로는 이렇게 말했다. "다리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생각도 흐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빠름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은 점점 덜 걷는다. 영국의 아이들 3/4은 교도소 수감자보다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적다고 할 정도다. 몽테뉴가 인용한 이솝의 우화는 빠름을 강박적으로 추구하는 인간을 풍자한다. "이제는 달리면서 대변이라도 봐야 하나?"
매일 같은 길을 걸어도 그 길은 어제와 다르다. 참나무는 미세하게 변하고, 벽의 흔적은 더 흐려지며, 사람들은 하루 더 나이를 먹는다. 걷는 자만이 이러한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고대 산스크리트어에서 과거는 ‘우리가 걸어온 길(gata)’, 미래는 ‘우리가 아직 걷지 않은 길(anagata)’을 뜻한다. 인생은 결국 하나의 긴 산책이다.
엘링 카게는 인간이 걸을 때 비로소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누리는 자유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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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요약과 감상문 사이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