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oad (코맥 매카시) "불을 운반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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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ad (코맥 매카시) "불을 운반하는 사람"

최고관리자 0 2855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 유명한 코맥 매카시의 <The Road>를 읽었습니다.
 
1. 이 책은 자신이 60세 넘은 나이에 낳은 아들이 앞으로 세상에 홀로 남겨져 살아가야 할 것을 생각하며 그에 대한 연민에서 비롯되었다고 합니다. 그가 언젠가 홀로 남겨질 그리고 계속 세상을 살아가야 할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무엇이었을까요?
 
책의 배경은 이미 망해버린 세상입니다. 작가는 세상이 왜 망했는지는 말해주지 않습니다. 주인공 남자와 어린 아들은 남쪽을 향한 길 위에 있습니다. 그 길 위에서 그들이 목격하고 경험하는 세상은 끔찍합니다. 내가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죽이고, 인육을 뜯어먹고 그것도 모자라 사람을 저장음식처럼 가둬놓고 사육하는 세상. 너무 참혹한 묘사이지만, 저자는 자신의 아들이 살아가야 할 이 세상의 현실이 이미 그렇다고 말하는 듯 합니다. 사실, 인간을 조금의 거리낌 없이 상품화하는 이 사회나 생존을 위해 인육을 뜯어 먹고 사는 소설 속 세상이 뭐가 그리 다르겠습니까?
 
2. 남자는 아들에게 우리는 ‘불을 운반하는 사람’이라 합니다. 저자가 아들에게 하고 싶은 말임이 분명합니다. 불이란 무엇일까요? 황폐해진 세상에서 가장 황폐화된 인간 속에 여전히 내재하는 선함일까요? 절망할 수 밖에 없는 환경 속에서 그래도 끝까지 붙들어야 할 희망일까요?
 
3. 남자는 이제 코 앞에 앞둔 죽음을 직감한 채 아들에게 끝까지 불을 운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남자는 잔혹한 세상 속에 아들을 홀로 남겨두고 숨을 거둡니다. 홀로 남겨진 어린 아들 앞에 낯선 남자가 나타납니다. 아들은 그에게 묻습니다. “아저씨는 좋은 사람인가요?” “아저씨는 불을 운반하나요?” “아이들은 있나요? 그 아이들을, 사람들을 잡아먹지는 않죠?" ...
 
4. 남겨진 아이가 살아가야 하는 세상은 여전히 함께 살아가야 갈 사람이 필요합니다. 생존을 위해 서로를 잡아 먹는 세상에서, 사람을 잡아먹지 않고 함께 불을 운반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을 성경은 이웃이라고 합니다.

5. 죽음 앞에서 남자는 언젠가 길 위에서 만났던 꼬마를 걱정하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善)이 꼬마를 찾을 거야. 언제나 그랬어. 앞으로도 그럴거고.”
저는 이 문장이야 말로 소설이 말하는 ‘불’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선함!이란 우리가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찾아오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를 찾아낸 선함을 잃지 않고 운반해야만 합니다. 인간성이 말살된 황폐해진 세상 속에서, 희망은 오직 그렇게 싹이 틉니다.

6. 소설 속 그 길 끝에서 어린 아들은 여전히 불을 운반하고 있던 한 가족을 만나게 됩니다. 이제 그들은 유일한 보호자였던 아버지를 잃은 어린아들이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희망이 됩니다.
 
7. 일흔이 넘은 나이. 코맥 맥카시가 열살이 채 안된 사랑하는 자신의 아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이 무엇일까요? 그것은 그래도 여전히 사람이 희망이라는 것이 아닐까요? 서로를 잡아먹어야 생존할 수 있는 길 잃은 세상일지라도 선은 여전히 우리를 포기하지 않고 찾아옵니다. 우리 역시 '선함'이란 불을 운반하는 사람이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걷고 있는 길(the Road)이 아무리 황폐한 길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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