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경사 바틀비, "I would prefer not to"

讀讀讀.똑똑똑, 이 책 추천해도 될까요?

필경사 바틀비, "I would prefer not to"

최고관리자 0 1183
필경사 바틀비
 
오스기니스는 그의 책 ‘소명’에서 질투와 나태함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는 ‘소명’이라고 한다. 전적으로 공감하고 설득되었다. 하지만 그가 나태함을 이야기하면서 들고 와 논리를 전개한 '필경사 바틀비'는 다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상대가 무려 오스기니스이니 쫄리지만, 적어도 나는 이 부분에서만큼은 오스기니스의 전개는 신중하지 못했다고 확신한다.

무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는 부제로 적혀있듯 월스트리트(A Story of Wall Street) 이야기이다. 주인공 바틀비는 고용인-변호사의 요구에 시종 “I would prefer not to”로 대답한다.
I would prefer not to! 바틀비만의 상용구라 할 수 있는 이 문장의 어감을 제대로 살려내는 것이야말로, 이 소설을 이해하는데 있어 핵심일 것이다. 이 문장은 단순한 좋고 싫음의 선호를 드러내는 말이 아니다. 의지! 확고한 의지이다. 단순한 문장만 보아서는 안되고, 바틀비가 이 말을 하고 나서 그가 실제로 선택하고 취한 행동을 연결하여 바라볼 때, 비로소 그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
바틀비는 “나는 그렇게 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말을 하고, 실제로 그것을 하지 않는다. 예외가 없다. 심지어 감옥에서 굶어 죽어가면서도 바틀비는 음식을 먹지 않는 편을 선택한다. 바틀비의 의지를 꺾을 수 있는 것은 그 자신 외에는 아무도 없다.
이러한 바틀비의 선택은 다양한 해석을 낳았지만, 적어도 나태함과 연결지어서는 안된다. 이 책의 부제가 <월스트리트 이야기>라는 점을 고려할 때, 바틀비는 분명 자본주의 특유의 착취 구조에 항거하는 ‘저항의 아이콘’이 된다.
거대한 자본주의 시스템은 인간의 가장 엄중한 문제인 먹고사니즘을 볼모잡고, 사람들에게 그저 시스템 속의 한 부품이 되길 끊임없이 강요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원치 않는 일을 거부한다는 것은, 이 시스템 속에선 체제전복적 반역이다. 그저 시키는대로 아닥하고 기계의 부품처럼 순응하는 것이 이 시스템이 요구하는 절대 미덕이다.
하지만 바틀비는 저항한다. I would prefer not to! 바틀비는 끝까지 저항한다. 이 짧은 소설 속 세상을 창조한 작가는 오직 바틀비에게만 인간의 실제 이름을 부여한다. 어떤 의도였을까? 인간이란 과연 어떤 존재여야 하는지, 작가는 바틀비를 통해 드러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feat. 부교역자 바틀비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