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讀讀讀.똑똑똑, 이 책 추천해도 될까요?

<엄마가 아들에게 전하는 그림 편지>,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최고관리자 0 3077
말로 다 전하지 못했던 엄마의 마음을 한 장 한 장 그림과 짧은 글로 담아낸, 작고 따뜻한 그림 에세이. 이 책은 단순히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엄마’가 ‘자녀’에게 전하고 싶은 사랑의 마음을 대변하는 글입니다.
저자는 아들을 바라보며 느꼈던 감정들—처음 손을 잡았던 순간의 떨림,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보며 느낀 아련함, 어른이 되어가는 아들을 지켜보는 기쁨과 안쓰러움—을 솔직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냅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점은 그 감정들을 소란스럽지 않게, 조용하고 단정한 문장과 따뜻한 그림으로 표현해낸다는 것입니다. 그 덕분에 책장을 넘길 때마다 독자는 마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또는 자녀와의 기억을 함께 더듬어보게 됩니다.
이 책은 일방적인 조언이나 훈계가 없습니다. 대신 엄마는 자신도 불안하고 서툴렀음을 고백하며, 아들을 믿고 지켜보겠다는 다짐을 전합니다.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는 날, 생을 짓누르는 좌절감으로 무너진 날, 엄마의 사랑은 이 세상 가장 거대한 위로입니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
그때 알았어. 줄에 널린 빨래도 붙들어줄 집게가 있어야 한다는 걸. 바람은 언제나 예고 없이 불어온다는 것도 알았지.
빨랫줄에 널린 옷들도 그러한데 우리 삶은 어떨까? 시도 때도 없이 바람이 부는 건 빨랫줄이나 우리나 똑같더라.
오늘 너와 통화하는데, 네가 얼마나 지쳐 있는지 알았다. 아니나 다를까, 요즘 힘들다고 했지. 그 말이 하루 종일 내 마음에 그늘이 되었다.
폴 발레리의 시 <해변의 묘지>에 나오는 시구절 하나를 엄마는 잊지 않고 있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 한 줄로부터 영감을 얻어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를 만들었다고 했지. 관동대지진과 세계대전 속에서도 살아낸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 “어려운 삶의 질곡을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건 이 한 줄 시 덕분이었다”라고.
 
폭풍우를 동반한 거센 바람의 시간을 잘 견뎌야 새로운 시간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살아야겠다, 살아야 한다는 미야자키의 결의를 볼 수 있었지. 그에게 발레리의 시 한 행은 바람에 부대끼는 빨래를 붙잡아주던 집게 아니었을까.

어둠 속에서 방향을 알 수 없는 폭풍을 만난 배는 등대의 불빛이 간절하고, 나침반도 없이 며칠간 사막을 헤매는 여행자는 소나기를 갈구하지.
누구나 크건 작건 살아가는 동안 어둠의 시간이 있게 마련이다. 앞으로 네가 맞이할 어둠의 시간을 덜 힘들게 할 마법 같은 힘은 없단다.

미야자키 하야오처럼 ‘바람이 불지만 나는 살아야겠다’ 하며 발레리의 시를 수십 번 음송해도 좋겠고, 부모나 형제 혹은 가까운 지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잊지 마. 무언가에 기대어 마음을 추스르더라도, 이 역경은 결국 너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라.

너무 몸이 지치거든 집에 오렴. 아욱 된장국에 고슬고슬한 흰 쌀밥을 지어주마. 달래장에 김을 한 장 얹어 먹고 나면 좀 나아질 게다. 지칠 때, 너를 붙들어줄 수 있는 것들이 네 주위에 참 많다는 거 잊지 말고. 힘내라, 아들.

<엄마가 아들에게 전하는 그림 편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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