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讀讀讀.똑똑똑, 이 책 추천해도 될까요?

<엄마가 아들에게 전하는 그림 편지>,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최고관리자 0 841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
그때 알았어. 줄에 널린 빨래도 붙들어줄 집게가 있어야 한다는 걸. 바람은 언제나 예고 없이 불어온다는 것도 알았지.
빨랫줄에 널린 옷들도 그러한데 우리 삶은 어떨까? 시도 때도 없이 바람이 부는 건 빨랫줄이나 우리나 똑같더라.
오늘 너와 통화하는데, 네가 얼마나 지쳐 있는지 알았다. 아니나 다를까, 요즘 힘들다고 했지. 그 말이 하루 종일 내 마음에 그늘이 되었다.
폴 발레리의 시 <해변의 묘지>에 나오는 시구절 하나를 엄마는 잊지 않고 있다.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이 한 줄로부터 영감을 얻어 애니메이션 <바람이 분다>를 만들었다고 했지. 관동대지진과 세계대전 속에서도 살아낸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어. “어려운 삶의 질곡을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건 이 한 줄 시 덕분이었다”라고.
 
폭풍우를 동반한 거센 바람의 시간을 잘 견뎌야 새로운 시간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믿음. 살아야겠다, 살아야 한다는 미야자키의 결의를 볼 수 있었지. 그에게 발레리의 시 한 행은 바람에 부대끼는 빨래를 붙잡아주던 집게 아니었을까.

어둠 속에서 방향을 알 수 없는 폭풍을 만난 배는 등대의 불빛이 간절하고, 나침반도 없이 며칠간 사막을 헤매는 여행자는 소나기를 갈구하지.
누구나 크건 작건 살아가는 동안 어둠의 시간이 있게 마련이다. 앞으로 네가 맞이할 어둠의 시간을 덜 힘들게 할 마법 같은 힘은 없단다.

미야자키 하야오처럼 ‘바람이 불지만 나는 살아야겠다’ 하며 발레리의 시를 수십 번 음송해도 좋겠고, 부모나 형제 혹은 가까운 지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잊지 마. 무언가에 기대어 마음을 추스르더라도, 이 역경은 결국 너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라.

너무 몸이 지치거든 집에 오렴. 아욱 된장국에 고슬고슬한 흰 쌀밥을 지어주마. 달래장에 김을 한 장 얹어 먹고 나면 좀 나아질 게다. 지칠 때, 너를 붙들어줄 수 있는 것들이 네 주위에 참 많다는 거 잊지 말고. 힘내라, 아들.

<엄마가 아들에게 전하는 그림 편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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