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이란 무엇인가? (에르네스트 르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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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이란 무엇인가? (에르네스트 르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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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이란 무엇인가? (에르네스트 르낭)
1870년 프랑스와 프로이센은 이른바 '보불전쟁'을 벌이게 됩니다. 전쟁은 프로이센의 승리로 끝나고, 프로이센은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 거울의 방에서 '독일제국'의 수립을 선포하고, 빌헬름 1세를 독일의 황제로 선언합니다. 바로 그 때부터 독일제국은 게르만족이라는 혈통을 전면에 내세우며 독일 민족주의(ethno-nationalist)를 주창하게 됩니다. 한편, 당시 전쟁에서 승리한 독일은 프랑스의 알자스-로렌 지방을 독일 제국의 영토로 병합하는데, 그때 내세운 명분이 그 땅이 본래 옛날부터 게르만족이 살던 곳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이렇게 민족주의의 팽창은 결국 언제나 제국주의로 흐르기 마련인 듯 합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아래서 프랑스의 철학자 에르네스트 르낭은 소르본 대학의 한 경연에서 당시 독일제국의 민족주의의 부당함을 조목모족 반박합니다. 바로 그때 강연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 바로 이 '민족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입니다.
 
에르네스트 르낭은 고대로부터 인류사에는 본래 혈통에 근거한 '민족', '국가'란 개념이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르낭은 혈통에 근거한 종족과 민족의 개념을 예리하게 구분하며, 혈통에 근거한 민족주의는 독일식 개념일 뿐이라 일침합니다. 아래 르낭의 말을 직접 들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민족 개념에 대한 논의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진다. 우선 민족의 영속성을 강조하는 논의가 있다. 이것은 이른바 독일식 개념으로 인종적 공동체가 가지는 항구적인 특징에 주목한다. 즉 인종적 경향을 강조하는 민족주의이다. 이러한 주장을 펴는 입장에서는 민족을 종족, 조상, 종교, 언어, 공통의 문화, 영토, 관습 등 공동의 역사적, 사회적 가치를 소유한 원초적인 유대 관계를 강조하는 ‘종족적 형태’로 본다. 주로 독일 학자들이 중심인 이 입장의 몇몇 저술가들과 역사가들은 알자스, 로렌 지역의 병합을 정당화하고자 했다. 여기에서는 유전적 요소, 세습적 유산이 강조된다. 어디에서 살아왔으며,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 그리고 선조들이 누구인지 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예컨대 (우리는) 프랑스인이나 독일인으로 태어나는 것이지 프랑스인이나 독일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독일의 역사가 몸젠Theodor Mommsen은 인종적, 언어적인 것을 고려할 때 알자스, 로렌 지역이 게르만 독일에 소속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을 전개하기도 했다." (eBook 해당책, 67%)
 
동일한 혈연집단 즉 인종을 민족의 개념으로 보는 '민족주의'는 필연적으로 국수적이고 배타적인 성격을 띄기 마련입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도 있듯, 민족주의는 인간 특유의 본성을 대단히 효과적으로 자극하기에 제국주의자와 독재자들이 한결같이 사랑하는 정치적 선동 도구로 애용되어 왔습니다. 히틀러의 나치즘이 순식간에 독일 국민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민족주의 특유의 선동성에 기인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테죠.
에르네스트 르낭은 민족이란 인종, 혈통에 근거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며 동시에 민족이란 언어나 종교로도 규정되거나 혹은 구분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주장합니다. 르낭에게 결국 민족이란 각 개인의 의지가 적극적으로 발현되어 함께 하고픈 어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이고 또 모여 결국은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개념입니다.
"르낭은 종족, 언어, 지리를 기반으로 하는 그들의 민족 개념을 비판하고 주민의 의지를 강조하는 민족 개념을 내세워 잃어버린 영토의 반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르낭은 이제 불가능해진 프랑스와 독일의 화해, 그 자신에게는 유럽 문명의 개화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양국의 화해를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 방법이란 유럽연맹이었다. 물론 이는 각 민족국가의 개체성을 인정하는 결합이다. 프랑스와 프로이센 간의 긴장을 완화하고 유럽에 평화를 가져오는 길은 이것뿐이었다. 르낭은 이것이야말로 프랑스와 독일에 화해의 매개가 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르낭이야말로 유럽 통합의 선구자라 할 만하지 않은가?"(eBook 해당책, 77%)
 
르낭은 "민족이란 무엇인가?" 화두를 던지며 단순히 어떤 기준으로 민족의 개념을 정립하는 것이 좋은가 혹은 옳은가에 대해 말하려 하는 것이 아닙니다. 르낭은 근현대 세계사의 수많은 페이지들을 피로 물들인 주범을 '민족주의'로 규정함으로, 인류의 화합과 평화로운 공존을 우리 함께 진지하게 고민하자고 하는 것입니다. 르낭의 사유는 비록 태생적으로 많은 한계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치적 이데올로기, 종교의 이데올로기화, 집단주의, 패거리 문화 등의 배타적 정신이 지배하는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르낭의 사유는 진지한 성찰의 기회와 적잖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생각합니다.
 
"사회주의가 붕괴한 이래로 세계는 지금 민족 간의 분쟁으로 혼란을 겪고 있다. 그런데 과연 순수한 단일 민족이라는 것이 가능한가. 근대국가의 성립 이후 민족이라는 개념이 인류의 역사에 발을 붙이면서 시작된 민족 간의 갈등은, 인류에게 수많은 갈등과 오해와 아픔을 던져주었다. 심지어는 민족이라는 이름하에 다른 민족을 대량 학살하는 비극적인 만행이 자행되기도 했다. 이러한 불행을 야기하는 민족이란 과연 무엇인가. 에르네스트 르낭은 말한다. 민족은 인종에서 유래하는 것도, 언어로 구분되는 것도, 종교로 결속되는 것도, 그리고 국경선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민족이란 언제든지 새로 생겨날 수 있으며, 언젠가는 종말을 고하게 되는 개념일 뿐임을 그는 강조한다. 그래서 그는 민족보다는 인간 자체를 생각하자고 주장한다. 민족이 아닌 인간을 먼저 생각하자는 르낭의 주장은 서로 경계 긋기에 몰두하고 있는 우리의 편향된 의식에 경종을 울린다." (eBook 해당책, 표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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