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원, 히브리어의 시간
송민원, 히브리어의 시간
1. 설교자가 성경 원어를 풀이하는 것을 비판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꼭 이 책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히브리어를 전혀 모르셔도 독서하기에 전~혀 괜찮습니다.) 아마 생각이 크게 달라지실 겁니다.
한가지 책 중 예를 들면, ‘샬롬’(שָׁלוֹם)은 단순히 ‘평화’가 아니라 ‘온전함 *수직적 온전함(개인의 하나님과의 바른 관계) + 수평적 온전함(이웃과 세상과의 바른 관계)’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란 것입니다. 이를 모르면 성경이 전하는 메시지를 부분적으로만 이해할 위험이 있습니다. 설교자가 원어를 활용하는 것은 청중이 성경 본문의 풍성한 의미를 제대로 깨닫게 하려는 목회적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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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성경 히브리어는 단순한 고대어가 아닙니다. 모든 언어가 그렇겠지만, 특별히 성경 히브리어는 하나님의 성품과 하나님 백성의 정체성을 깊이 반영하며 하나님 백성의 사고방식을 형성하는 틀이 됩니다.
1) 하나님의 성품
특별히, 시편 23편에 등장하는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는 흔히 같은 의미로 번역되지만, 저자는 ‘쉐베트’와 ‘미쉬에넷’의 차이를 설명하며 공의와 사랑이라는 하나님의 이중적 성품을 조명해줍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릇 행하여 각기 제 길로 가려는 탕양(탕자)을 징계의 막대기(쉐베트/매, 회초리)로 때리시는 공의의 하나님이시고, 동시에 사랑의 지팡이(미쉬에넷)로 낙심하고 지친 우리를 다독여 다시 일어설 힘을 주시는 사랑의 하나님이십니다.
"내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천 길 낭떠러지 같은 길을 갈 때 하나님의 공의의 막대기(쉐베트)로 냐의 뜻과 생각과 행동의 방향을 바꾸어 나를 하나님의 뜻에 맞는 올바른 길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또한, 한 발만 헛디디면 저 아래로 떨어질 것만 같은 두려움과 걱정에 휩싸여 있을 때 하나님의 사랑의 지팡이(미쉬에넷)로 내 마음을 다독여 다시 일어설 힘을 주실 것입니다. 당신께서 나와 함께 계시며 당산의 막대기와 지팡이로 나를 바꾸시고 변화시키실 것이기에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습니다."
(p.26-27 저자 번역)
이처럼, 성경 히브리어의 뉘앙스를 깊이 들여다볼 때 우리는 비로소 시편 23편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단순한 보호의 수단을 넘어,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들을 바로 세우시고 돌보시는 총체적인 방식임을 알게 됩니다.
2) 하나님 백성의 정체성
우리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나그네였고, 출애굽 공동체 역시 나그네였습니다. 우리말 성경이 나그네로 번역한 히브리어 단어는 '게르'입니다. 저자는 히브리어 게르에 해당하는 가장 좋은 우리말 번역어는 '난민 refugee'라고 주장합니다.(p.139) 우리말 나그네는 왠지 뉘앙스가 낭만적이지만 난민이라 할 때 그 느낌은 확연히 달라집니다. 게르(난민)는 땅을 소유할 수 없고, 행여 땅을 일구더라도 본토 사람들이 소유권을 주장하면 쫓겨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므로 저자의 견해대로 히브리어 게르는 우리 시대에 적용하자면 외국인 노동자 혹은 불법체류자에 더 가깝습니다.
"제가 난민으로 살아온 인생이 백삼십 년가량입니다. 제 삶이 정말 끔찍 했지만, 제 조상들이 난민(게르)으로 산 세월에는 바할 바가 못됩니다."(p.145. 창 47:9의 저자 번역).
제가 사는 미국은 지금 불법체류자 단속과 추방이 큰 이슈입니다. 이에 대한 찬.반 여론이 극렬히 부딪힙니다. 모두 나름 동의되는 일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 백성의 정체성을 '게르'에서 찾는다면, 교회가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지는 자명해집니다.
아 참! 우리 믿음의 유일한 대상 예수님은 태어나자마자 난민이 되셨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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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지막으로, 저자는 성경 히브리어를 단순한 학문적 대상이 아니라 신앙적 체험의 언어로 바라봅니다. 저자는 자신의 인생의 깊은 절망 속에서 민수기 6:26의 "주님께서 그 얼굴을 네게로 향하여 드사"라는 구절에 깊이 사로잡혔다고 합니다. 히브리어 '나싸'가 ‘얼굴을 들어 올리다’는 의미를 가진다는 점에서, 하나님이 위가 아닌 아래 계실 수도 있다는 깨닫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아! 실로 우리 하나님은 단순히 위에서 내려다보시는 분이 아니라, 절망하는 우리의 삶 아래로 내려오시어 우리를 지탱해주시는 분이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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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감상문과 요약 중간 즈음의 글